무지한 제자에게서 어찌 깊은 신령의 뜻을 기대할 것인가!
신령을 모셨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굿을 했다고 해서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닫는 것도 아니며,
신병이 잦아들었다고 해서 무속인으로서의 공부와 수련까지 끝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신병으로 오랜 시간을 고통받았던 사람에게 그 고통이 사라지는 순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큰 경험일 것이다.
어제까지 견디기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새로운 길이 열린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부터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한 번의 극적인 경험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나는 신을 받았으니 이제 알 수 있다.”
“신령님께서 알아서 가르쳐 주실 것이다.”
“기도만 하면 말문도 열리고 점사도 나오며 굿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빠지기 시작하면 제자는 공부보다 요행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물어야 한다.
그토록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 정말 자신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신부모와 선배에게 배우고, 누군가에게 의례의 순서를 익히고, 무가와 장단을 배우고, 신당을 어떻게 모시는지 배웠다면 이미 수많은 사람의 경험과 전승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