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사에 머물 것인가, 굿을 이어가는 제자가 될 것인가
점사에 머물 것인가, 굿을 이어가는 제자가 될 것인가
무당의 길을 걷는 제자라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
무당의 역할을 단순히 점을 보고 돈을 받는 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가 오랫동안 이어온 무속의 본질과 전통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점사는 무당이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점사가 무당이 해야 할 일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의 굿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무가와 장단, 춤과 사설, 축원과 재담, 신복과 무구, 제물과 상차림, 거리마다 이어지는 절차와 의미가 담겨 있다.
굿 한 판에는 한 사람의 재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의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공동체의 염원과 위로가 함께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굿은 오늘날 단순한 미신이나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배우고 연구하고 전승해야 할 전통문화의 한 영역이기도 하다.
돈은 벌면서 굿은 배우지 않는다면
요즘은 점사만으로도 손님을 만나고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전화점사, 인터넷 상담, SNS와 영상 등을 통해 예전보다 훨씬 쉽게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경문을 외우고, 무가를 배우고, 장단을 익히고, 굿의 거리와 절차를 공부하는 일을 힘들어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배우기는 싫고 신력은 높아지기를 바라며, 기도하기는 힘들고 손님은 많아지기를 바라며, 굿을 익히기는 귀찮으면서 큰 제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과연 올바른 자세인가?
신력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든, 실력과 깊이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기도하고, 배우고, 기록하고, 선배의 굿을 보고, 무가를 익히고, 장단을 배우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다.
배움 없는 자신감을 신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굿을 모르는 무당이 늘어나면 결국 무엇이 남겠는가
한 세대가 굿을 배우지 않으면 그 세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생긴다.
무가 한 대목이 사라지고, 장단 하나가 끊어지고, 거리 하나가 변형되고, 오래된 축원과 사설이 잊힌다.
그렇게 몇 세대가 지나면 이름만 남고 실제로 행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때 가서 전통을 찾으려고 해도 늦는다.
그래서 오늘의 제자는 자신만을 위해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앞선 세대에게 받은 것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중간 사람이기도 하다.
잘 배우고 제대로 전하는 것, 잘못 전해진 것은 연구하여 바로잡는 것, 지역마다 다른 굿의 특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또한 오늘날 무속인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